Wednesday, October 20, 2010

정박효과'(Anchoring Effect)

과일값 뛰면 옆집의 비싼 옷이 잘 팔린다"

2010-08-23 07:57

 "과일가게의 바나나값이 껑충 뛰면 바로 옆 드레스 매장에서 고가 옷이 잘 팔린다."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지만, 현실적으로 틀린 가설이 아니라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주관적인 판단 비중이 높은 구매활동에서 높은 상품 가격을 무심코 접한 경험이 전혀 별개의 제품도 무의식중에 비싸게 사려는 경향을 촉발시킨다는 것이다.

서강대 김경미(34.여)씨는 '우연히 노출된 제품 가격이 표적 제품의 지불 용의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23일 밝혔다. 김씨는 이 논문으로 지난 17일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논문에 따르면 김씨는 학생 170여명을 절반씩 나눠(AㆍB 집단) 모두에게 실험과 무관한 인쇄 광고 2건을 보여줬다. 광고자료 뒤에는 청바지와 디지털카메라, 프린터 사진과 가격표를 우연히 들어간 페이지처럼 삽입했다.

그러면서 A그룹 책자에는 값이 싼 상품을 넣고, B그룹에는 2~12배 비싼 고급품을 노출했다.

이후 '취미생활에 쓸 제품을 사야 할 상황'이라고 가정하고 이들 모두에게 PC와 운동화, MP3플레이어를 얼마에 사고 싶은지 적게 했다.

그 결과 미리 고가품을 접했던 B그룹의 평균 '구매지불 용의가격'이 A그룹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같은 PC를 두고도 B그룹은 평균 약 108만원을 써내 A그룹(약 74만원)보다 34만원이나 높았고, 운동화와 MP3P도 10만~12만원씩 비싼 값을 불렀다.

닻을 내린 곳에 배가 머물듯 소비자들은 초기에 제시되는 값을 근거로 그것을 조정해 최종적인 값을 도출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정박효과'(Anchoring Effect)가 실제로 확인된 것이다.

김씨는 "심리적 만족감을 중시하는 '쾌락적 소비'에서는 주관적 가치 판단이 중시된다. 이 때문에 먼저 접한 상품 가격이 뒤에 살 제품의 지불 용의가(價)를 높이는 정박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험에서 알 수 있듯 광고나 가격표를 무심하게 잠깐 봐도 일어나며, 청바지-MP3P처럼 상품 간의 연관성이 거의 없어도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정박효과는 제품의 기능 자체를 중시하는 상황('실용적 소비')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김씨는 설명했다.

다른 학생 170여명에게 실용적 구매 상황을 적용해 실험했더니 AㆍB그룹 간 차이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논문은 이런 현상을 더 연구하면 인터넷 쇼핑몰에서 고가의 패션 아이템 등을 판매할 때 소비자의 가격 부담감을 누그러뜨리는 기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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